오만원권이 발행된 것처럼 앞으로 십만원권은 발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계속 오르기 때문이죠! 왜 그럴까요? 알기 쉽고 재밌게 궁금증을 한번 털어보겠습니다. |
1. 십만원권이 발행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선 십만원권이 발행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오만 원권이 발행됐을 때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우리는 오만 원권이 발행된 이후부터는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으로 만 원짜리 꺼내기 민망하게 됐죠? 세뱃돈으로도 오만 원을 주는 게 기본이 되었습니다. 만원의 가치가 떨어져 버렸습니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만원의 가치가 떨어진 원인이 오만 원이 생겨서는 아닙니다. 애초에,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른 것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그에 맞게 오만 원짜리가 생긴 것이고, 그래서 만원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죠. 오만 원이 생긴 건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생긴 결과 중에 하나일 뿐인 겁니다.
한마디로, 십만원권이 생긴다면 또 그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졌고 물가가 올랐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앞으로 우리는 축의금이나 세뱃돈으로 십만원을 내는 게 기본이 되는 세상이 분명 오겠네요.
왜 이렇게 계속 물가는 오르고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질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재밌는 이유가 두 가지 숨어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두 가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2. 돈은 계속해서 복사되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 이유 첫 번째입니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어딘가에서 계속 복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이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디서? 바로 은행에서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조폐공사에서 찍어내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돈은 이렇게만 생겨나는 게 아닙니다. 돈은 바로 "대출"에서 생겨납니다.
세상에서 돈을 가진 사람이 당신밖에 없고 당신은 1000원만 갖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당신은 국민은행에 전 재산 1000원을 넣었어요. 국민은행은 이 돈을 가만히 둘까요? 아닙니다. 국민은행은 이 돈을 가만히 두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빌려줄 수가 있어요. 그래서 A라는 사람한테 1000원의 10%만 남겨놓고 900원을 빌려줍니다. 그럼 세상엔 돈이 얼마일까요?
1900원입니다!
왜냐면 당신한테 돈을 얼마 갖고 있냐고 물으면 당연히 1000원이라고 답할 테고, A한테도 똑같이 물으면 당연히 900원이라고 답할 테니 말이죠.
또, A는 빌린 900원을 가만히 두지 않아요. 당신과는 다른 은행인 농협은행에 넣습니다. 그럼 농협은행은 또 B라는 사람한테 900원의 10%만 남겨놓고 810원을 빌려줘요. 이런 식으로 당신이 맡겨뒀던 1000원은 계속 복사가 되어 대략 10배인 만 원이 됩니다.
물론, 시중에 화폐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만 있을 뿐이에요. 하지만 세상엔 만 원이 있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왜냐면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한 번에 찾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죠. 초기 가정을 1000원이 아니라 10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몇 십억 원이 넘는 돈을 한 번에 찾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렇게 대출로 돈 복사가 일어나는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대출로 돈 복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전재산을 한 번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에서 비롯합니다. 다만, 만약을 대비해서 은행은 일정 부분 자금을 남겨두어야 하며 이를 지급준비율이라고 해요. 앞에서 10%를 남겨두고 빌려준 게 바로 지급준비율입니다. 우리나라는 7% 정도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대출로 빌려줄 수가 있어요.
하지만 만약에라도 금융위기가 일어나서 모든 사람이 은행에서 돈을 한 번에 찾는다면 은행은 그 즉시 파산하며 이를 뱅크런이라고 부릅니다.
이 밖에, 은행의 대출로 인한 돈복사 말고도, 은행의 예금과 대출로 생기는 이자 때문에 시중에는 돈이 계속 불어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화폐를 계속 찍어내요. 한마디로,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고, 돈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3. 물가가 오르는 것은 물건의 가치가 오르는 게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게 바로 물가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물가를 생각하면 수요와 공급 곡선을 많이 떠올립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 곡선으로 인한 물가 변동은 매우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에요.
과거에 500원이었던 짜장면은 지금은 8000원 정도 합니다. 이게 짜장면의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돈의 양이 늘어서 돈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에요.
해마다 물가는 상승합니다. 뉴스에서 물가가 잡힌다고 보도되는 것도 물가가 하락하는 게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는 거예요. 다르게 말해서, 해마다 돈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이렇게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경제현상을 우리는 인플레이션(통화팽창)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돈을 갖고만 있으면, 돈을 잃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죠.
4. 정부는 항상 물가상승률의 플러스를 목표로 한다.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 이유 두 번째입니다.
누군가는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있다면 물가가 내려가는 디플레이션이 있다고 반론할 수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물가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물가가 떨어지는 시기도 있다는 것이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물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좋은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좋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떨어지는 게 장기화될 경우는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돈을 가지고만 있어도 이득이 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앞으로도 물가가 떨어질 거라고 예측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소비를 안 하게 돼요. 나중에 사는 게 이득이니까요. 소비를 안 하면 기업들은 생산과 판매가 안 되고, 운영이 잘 안 되니까 고용도 잘 안 하겠죠? 경기 자체가 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이런 과정을 거친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물가가 떨어질 거라는 기대심리를 줘선 안 됩니다. 사람들에게는 물가가 오른다는 심리를 줘서, 지금 소비해야 된다는 생각을 들게 해야 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정부는 항상 물가상승률을 양수로 목표를 잡습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2% 정도로요. 물가상승률이 2%보다 높으면 낮추려고 노력하고, 2%보다 낮으면 높이려고 노력하겠죠. 그래서 매년 적어도 물가가 2% 정도는 상승을 하게 됩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이유 정리 1. 신용 창조 2. 목표 물가상승률은 항상 양수 |